권장도서 100선

 권장도서 100선이라는게 어디 유행인가 싶다. 우리 학교도 얼마전에 학교 공지사항에 ~~대 학생들을 위한 권장도서 100선이라는 게시물이 떴는데 그저 황당하기만 하다. 사실 그렇게 황당해할 일은 아닌데 왠지 서울대에서 먼저 한 짓을 하니까 따라하기 같은 느낌이 든다. 어차피 이 목록이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 학부생의 반 정도일텐데.. (띄우려면 학기 중에 띄우지 방학 때 누가 공지사항 하나하나를 확인할까) 그래도 학교의 성의를 생각해서 그 목록을 살짝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00개니까 생각보다 길구나.

No.주제TitleAuthor
1과학기술9가지 크레이지 아이디어로버트 에를리히 
2과학기술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스티븐 호킹 
3과학기술공간의 이해와 인간공학신태양
4과학기술공학기술과 리더십김석우, 이상호
5과학기술과학, 역사 그리고 과학사김영식
6과학기술과학혁명의 구조토마스 S. 쿤
7과학기술광기의 역사미셸 푸코
8과학기술닥터 사이언스, 당신의 몸을 인터뷰하다이삭 브레슬라프, 류드밀라 브랸체바 
9과학기술도킨스의 신 (Dawkin's God)알리스터 맥그라스
10과학기술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스티븐 핑커
11과학기술만들어진 신 (The God Delusion)리차드 도킨스
12과학기술무한의 신비애머 액젤
13과학기술미래로 가는길  빌 게이츠
14과학기술불완전성레베카골드스타인
15과학기술불편한 진실 (Inconvenient Truth)Al Gore
16과학기술세상의 비밀을 밝힌 위대한 실험Johnson, George
17과학기술안녕, 아인슈타인 위르겐 네페 
18과학기술욕망하는 테크놀로지이상욱
19과학기술유비쿼터스 도시이성길 外
20과학기술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리차드 도킨스
21과학기술이중나선제임스 왓슨
22과학기술이타적 유전자 (The origins of virtue)메트 리들리
23과학기술인간 등정의 발자취제이콥 브로노우스키
24과학기술즐거운 화학콘서트Cathy Cobb, Monty L. Fetterolf
25과학기술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윌리엄 브로드, 니콜라스 웨이드
26과학기술천재: 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 제임스 글릭 
27과학기술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Mlodinow, Leonard
28과학기술커넥션 (Connection) 제임스 버크
29과학기술코드 북 (Code Book)사이먼 싱
30과학기술코스모스칼 세이건
31과학기술통합과학의 이해Victor J. Mayer
32과학기술필로테크놀로지를 말한다이중원, 홍성욱 外
33과학기술학문의 즐거움히노나카헤이스케
34과학기술The Oxford book of modern science writingRichard Dawkins 外
35문학예술관촌수필이문구
36문학예술광장최인훈
37문학예술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38문학예술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39문학예술남한산성김훈
40문학예술당신들의 천국이청준
41문학예술레미제라블빅토르 위고
42문학예술마담 보바리귀스타브 플로베르
43문학예술마당 깊은 집김원일
44문학예술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45문학예술무진기행김승옥
46문학예술미디어의 이해마샬 맥루한
47문학예술백년동안의 고독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48문학예술분리된 평화 (A Separate Peace)John Knowles
49문학예술사람아 아 사람아다이 호우잉
50문학예술사람의 아들이문열
51문학예술서양미술사에른스트 H.곰브리치
52문학예술프란츠 카프카
53문학예술손님황석영
54문학예술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윤홍길
55문학예술어둠의 왼손어슐러 K. 르 귄
56문학예술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
57문학예술외딴방신경숙
58문학예술이갈리아의 딸들게르드 브란튼베르그
59문학예술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
60문학예술제3의 물결엘빈 토플러
61문학예술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62문학예술태백산맥조정래
63문학예술토지박경리
64문학예술프랑켄슈타인메리 셀리
65문학예술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Mark Haddon
66문학예술The Phantom tollboothNorton Juster
67인문사회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신영복
68인문사회경제학 콘서트 팀 하포드
69인문사회괴짜경제학스티븐레빗,스티븐더브너
70인문사회꿈의 해석프로이트
71인문사회도덕의 계보니체
72인문사회두 문화C.P.스노우
73인문사회드러커 100년의 철학   피터 드러커
74인문사회디지털이다 (Being Digital)니콜라스 네그로폰테
75인문사회런치타임 경제학 (The Armchair Economist)S. Landsburg
76인문사회문명의 충돌새뮤얼 헌팅턴
77인문사회미시사란 무엇인가?곽차섭
78인문사회백범일지김구
79인문사회사기열전사마천
80인문사회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칼 포퍼
81인문사회삼국유사고운기
82인문사회새로운 미래가 온다 다니엘 핑크
83인문사회슬픈열대레비 스트로스
84인문사회신화의 힘조셉 캠벨
85인문사회아웃라이어Malcolm Gladwell
86인문사회여성의 역사조르주 뒤비
87인문사회오리엔탈리즘Edward W. Said
88인문사회우리 양악 100년이강숙 外
89인문사회위키노믹스돈 탭스코트,앤서니 윌리엄스
90인문사회음악은 사회적이다 (Musical Elaborations)에드워드 사이드
91인문사회제국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92인문사회카네기 인간관계론데일카네기
93인문사회커넥티드다니엘 엘트먼
94인문사회통섭: 지식의 대통합에디워드 윌슨
95인문사회한국 회화사 연구안휘준
96인문사회행복한 페미니즘벨 훅스
97인문사회Free to ChooseM. Friedman
98인문사회The Meaning of Modern ArtJohn Russell
99인문사회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 and the Crisis of 2008P. Krugman
100인문사회Thinking StrategicallyA. Dxit, B. Nalebuff

 과학기술/문화예술/인문사회가 1/3씩 양분되어있다. 서울대처럼 고전으로 도배를 해놓는 짓은 일단 자제한 거 같긴 하다. 솔직히 고전은 재밌는건 재밌는데 피곤한건 너무 피곤해서.. 일단 독서를 거의 안 하는 나도 본 책이 1/5 이상인걸 보니 나름대로 유명한 책들을 골랐구나, 라는 생각이 들긴 하네. 선정기준이 궁금해질 필요도 없을 정도로 유명한 책들로만 꽉꽉 차 있다. 정말 읽을 책이 없으면 하나씩 읽어봐야겠다.

 그런데 요새는 책을 읽다보면 읽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하나도-_- 생각이 안 나는 책들이 꽤 된다. 저 위에서만 해도 몇몇 책들은 분명히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주제 이외에 세부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름대로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나보다.. 라고 생각하니 좀 슬프긴 하다. 벌써부터 머리가 굳는다는 느낌이 들어서야 앞으로 어떻게 자연과학을 공부할까.

 아, 그리고 이건 한 지방사립대의 (서울대를 따라한) 대충 선정한 추천도서니 가볍게 무시하셔도 됩니다.

by Laprand | 2009/08/18 02:27 | Thought | 트랙백 | 덧글(0)

[위스키] 맥캘란

 이번에 리뷰해 볼 위스키는 스페이사이드 출신의 몰트 위스키인 맥캘란이다. '위스키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리는 맥캘란은, 같은 년산의 몰트 위스키에 비해서 비싸긴 하지만 정말 맛있는 위스키다. 올해 초에 돈을 왕창 모아서 먹고 싶은 술을 100만원 어치 산 적이 있는데 그 때 사진에 있는 맥캘란 12 쉐리, 맥캘란 15 파인, 맥캘란 18 쉐리를 샀었다. (뒤에 있는 녀석들은 조니워커 블루와 레미마틴 XO와 까뮤 Extraordinaire. 이 녀석들은 나중에 써 볼 생각.) 그리고 그 외에도 맥캘란을 마셔볼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이 때는 한 잔씩 먹어봐서 제대로 평가를 쓰긴 어려울 거 같다.

 보통 구할 수 있는 맥캘란은 쉐리 오크와 파인 오크로 나뉘어진다. 쉐리 오크는 말그대로 쉐리 와인을 숙성시킨 통에 위스키를 숙성시켰다는 말이다. 파인 오크는 쉐리 오크와는 달리 쉐리 와인을 숙성시킨 통에 숙성시키다가 미국산 오크통으로 옮겨서 숙성시킨 것이다. 병에 써 있는 문구를 보면 아래와 같다.

쉐리 오크 : Exclusively matured in selected sherry oak casks from Jerez, Spain.
파인 오크 : Matured in a unique, complex combination of bourbon & sherry oak cask

 파인 오크는 스페인산 쉐리 오크를 구하기 힘들어져서 생긴 대체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쉐리 오크보다 파인 오크가 조금 더 가격이 싸고, 질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맥캘란 12년 쉐리 오크 : 아래에 쓴 라산타와 비슷한 뒷맛이 난다. 이것이 쉐리의 맛인가 싶다. 하지만 라산타처럼 강렬하진 않고 약간 부드러운 맛이다. 글렌모렌지 오리지날은 담백하고 가벼운 맛이었는데 이건 약간 더 중후한 맛이 난다. 가격 대 성능비로는 글렌모렌지 오리지날이 더 우수한 거 같지만 맥캘란은 그 특유의 쉐리의 느낌이 매우 좋다. 12년산 정도면 계속 사서 먹어줄 생각이 있다. 남대문이나 깡통시장에서 대충 5만 5천원 정도면 구할 수 있다.

 맥캘란 15년 파인 오크 : 15년 파인 오크를 두 번 먹어봤는데 한 번은 완전히 격이 떨어지는 술로 취급을 받았다. 그 이유는 맥캘란 12년, 18년 쉐리 오크와 같이 먹었기 때문이다. 쉐리 오크를 먹고 난 다음에 먹는 파인 오크는 진짜 거칠고 쓴 술로 느껴진다. 스위트 와인을 먹은 다음에 먹는 보통 와인의 느낌이랄까? 15년 파인 오크를 단독으로 마셨을 때는 상당히 괜찮은 술이었다. 파인 오크와 쉐리 오크를 같이 먹는건 반드시 피하는 것이 좋다.

 맥캘란 18년 쉐리 오크 : 이 녀석은 정말 대박이다! 가격은 비록 조금 비싸지만 정말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간다. 12년 쉐리 오크보다 위스키 라이브 2008에서 맥캘란 18년 쉐리 오크를 공짜로 뿌린-_- 적이 있는데 그 때 사람들이 맥캘란 18년을 마구 퍼먹다가 버리던-_- 기억이 난다. 그 때 너무 맛있어서 다시 샀었는데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훌륭한 맛이었다. 아아.. 다시 사고 싶어도 돈이 모자라서 못 사고 있는 녀석이다.

 맥캘란 1851 inspiration : 과외집 아버님께서 인심 써서 한 잔 주신 술이다. 과외 가서 술에 대해서 아는 척 좀 했더니.. 바에 데려가 주시더니 저 술을 주시더라. 운이 엄청 좋았나보다. 병 모양이 키가 작고 뚱뚱하게 생겼다. 마셨을 때 느낀건 위스키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단 맛. 초콜렛 맛인지 바닐라 맛인지 하여간 오묘한 맛이 내 혀를 적셨다. 한 잔 밖에 마시지 못한게 한이 될 정도로 달고 맛있는 위스키였다.

 맥캘란 30년 파인 오크 & 쉐리 오크 : 파인 오크는 역시 위에서 말한 과외집 아버님께서 한 잔 주신 거고 쉐리 오크는 위스키 라이브 2008에서 한 모금 마셔봤다. 이 술들에 대한 평은 다시 제대로 마셔볼 기회가 올 때까지 미뤄두겠다.

 면세점에서 파는건 전부 파인 오크라고 한다. 난 쉐리 오크가 먹고 싶은데.. 면세점에서 맥캘란 사올 일은 아마 없을 거 같다. 국내에서도 구할 수 있는 녀석이고 면세점에서만 구할 수 있는 (한국에서만)희귀한 몰트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맥캘란을 구해올 필요가 있을까. 맥캘란은 역시 몰트 위스키의 입문 정도로 적당한 거 같다. 맛이 너무 왕도를 걷는다고 해야할까. 다음에는 좀 특이한 아일레이 몰트를 리뷰하고 싶은데 역시 구할 길이 없다. 이 때까지 먹어본 아일레이 몰트는 보모어 17, 라프로익 10 정도.

 맥캘란도 특이한 보틀이 많다. 12년만 해도 엘레강시아, 라는 면세점 전용 병이 있다. 1L 짜리인데 예전에 일본 규슈에 갈 때 면세점에서 사서 일주일 동안 먹었던 기억이 있다. 10년 짜리 캐스크 스트렝스(통에서 꺼낸 후 물과 섞지 않은 원주)도 유명한 편인데 한국에서는 구하기가 매우 힘들다. 라쿠텐을 이용한 일본 구매대행이나(걸려서 관세 물면 망한다-_-) 운좋게 남대문에 들어온 녀석을 가져오거나 해야 하는데 그럴 돈도 없고.. 그 외에도 많은 녀석들이 있다. 라쿠텐에서 맥캘란 치면 좌르륵 나온다.

by Laprand | 2009/07/29 02:26 | Drink | 트랙백 | 덧글(0)

덕후라는 말

 덕후, 라는 말이 너무나 흔하게 들리는 세상이 되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그 '덕후'의 기준에 충분히 들어갈 사람이긴 한데.. 나는 그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무지무지 싫어한다. 예전에도 자기 취미에 몰두하던 사람들은 존재했을건데 왜 하필 요새 '덕후'를 까는 글이 자주 보이는걸까? 과연 '덕후'와 '일반인'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 기준은 너무나 불명확하다. 어떤 분야에 미쳐있어도 멀쩡하게 자기 할 거 다 하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면 덕후 소리 들을 일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덕후'란 이미지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 하고 자기 취미에만 열중하는 히키코모리의 이미지와 동일시되니까. 그래서 블로그에 '덕후들아 니들도 연애해라'나 '덕후 사람되는 법' 등등이 올라오는거겠지. 근데 '덕후' 입장에서 그런거보면 왠지 괜시리 발끈해서 더 하기 싫어진다고.. 게다가 딱 봤을 때 피부로 와닿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기 좋아하는거 좀 열중해서 하는게 뭐가 나쁘다고 저렇게 싸잡아서 말을 하는걸까.


 위의 이미지는 그냥 글만 올리기 좀 심심해서(...) 올려봤다. 친한 친구의 방인데 정말 상큼하다. 레고, 체스, 포켓몬, 만년필 수집이 취미인 친구인데 나도 방에 가보고 살짝 놀랐다. 대학원생이 되어서까지 방에 레고를 가지고 있다니-_-;; 체스 관련 서적이 책장 2~3칸을 잡아먹고 포켓몬 피규어들도 책상에 올라가 있고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일본 장기판도 보유하고 있다. 남들이 보면 막장덕후 소리 들을 녀석이긴 하지만..(실제로도 들었다고 한다-_-;;) 하고 싶은걸 하고 있다는 점은 정말 부럽다. 그러고보니 나도 어릴 땐 레고 가지고 놀았었는데..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난다. 정성스럽게 조립한 레고를 들고 친구 집에 자랑하러 가던 때가 있었지. 그 때가 아마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난 개인적으로 사자성, 박쥐성, 카리브 해의 해적 같은 중세 시대가 배경인 레고가 좋았는데 이 녀석은 비행기, 우주선 같은 레고들을 더 좋아하더라. 이 쪽이 지금은 더 희귀하다나? 갑자기 레고가 조립해보고 싶어졌다. 지금은 그 때보단 잘 만들 수 있겠지. 실수 없이 정확하게.. 하지만 그 때만큼 즐겁진 않을거다. 레고 사진을 보니까 옛날 생각 나네.

by Laprand | 2009/07/27 05:34 | Thought | 트랙백 | 덧글(0)

안녕..

 한 때 좋아했던 그녀를 이제 잊어보기로 했다. 4년 동안 그녀 생각만 하면 참 괴로웠는데.. 그녀를 잊는다는건 참 힘든 일이다.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도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그녀의 블로그 주소를 지우고, 그 분과 함께 찍은 스티커 사진을 버렸다.

 그러고보니 나의 사랑하는 아가씨도 이전 남자친구랑 찍은 사진을 버리지 않고 있던데.. 뭐 버리건 말건 아가씨 자유지만 그게 집에 찾아갔을 때 내 눈에 자꾸 띄면 곤란한데 -_ㅠ 내가 질투를 안 하는 척을 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아무래도 그 사진 신경쓰인다고! 그 놈 때문에 아가씨가 너무 상처받은거 같아서 얼굴 볼 때마다 화가 난다. 그 녀석 직접 봤을 때 좀 심문을 했어야 하는건데 말이다. 이제 그 놈 따윈 잊고 내 생각만 해 주려나?

 그녀와 주고 받은 편지도 버릴까 했으나 그건 갑자기 망설여진다. 그 편지들을 다시 읽으면 그 때의 나는 이런 생각이었구나.. 하고 웃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못 잊는건가..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구나. 아가씨가 예전 남자친구의 사진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구박할 처지는 아닌 거 같다. 나도 그게 불가능한데 말이지.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여, 부디 앞으로 잘 살아가길! 나도 잘 살아갈게요.

by Laprand | 2009/07/19 02:17 | Thought | 트랙백 | 덧글(0)

[위스키] 글렌모렌지 5종

글렌모렌지 시리즈. 왼쪽부터 10년, 라산타, 넥타도르, 퀸타루반, 시그넷

 블로그 첫 글을 내가 제대로 모아서 마셔본 두번째 위스키인 글렌모렌지에 대한 리뷰로 시작하려고 한다. 첫번째 위스키는 맥캘란인데 그건 하도 오래 전에 사서 감상이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최근에 12년과 15년도 다시 맛을 봤으니 언젠가는 맥캘란에 대한 리뷰를 써 볼 수는 있지 않을까.  하지만 17년 이상 묵은 녀석들은 가격이 정말 장난아니다. 10만원이 가볍게 넘어가니 가난한 학생은 그저 꿈만 꿔야겠지. 사실 저 글렌모렌지 수집하는 것도 꽤나 힘들었다.
 
 글렌모렌지는 한국에서 대세가 아닌 블렌디드 위스키가 아니라 싱글몰트 위스키에 속한다. 여기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하도록 하겠다. 글렌모렌지는 스코틀랜드의 싱글몰트 6개 산지 중에서 하이랜드 지방에서 나온 녀석이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맛은 산지에 크게 좌우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위스키 초보에게 산지나 술의 종류에 대한 지식보단 맛이 중요하지 않을까? 이제 저 위에 있는 녀석들을 간단히 소개하고 마셔본 느낌을 써볼까 한다.

 글렌모렌지 10년산 : 싱글몰트 위스키는 일반적으로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가격이 약간 비싼 편인데, 글렌모렌지 10년은 싱글몰트 중에서는 매우 착한 가격을 자랑한다. 그리고 가격 대 효율에서는 마셔본 위스키 중에서 최고다. 맛은 담백하다고 해야하나? 그러면서도 위스키의 매력은 확실히 살아있는 녀석이다. 옛날에 6개 한 박스로 팔 때 비싼 술 한두개 덜 사고 이걸 샀어야 하는데.. 라고 후회할 정도로 좋다. 

 참고로 모엣헤네시에서 글렌모렌지를 인수하고 난 이후로, 병 디자인과 라인업이 약간 바뀌었다. 현재는 글렌모렌지 10년산은 글렌모렌지 오리지날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의 평에 의하면 구형 10년산이 신형 오리지날보다 맛이 좋다고 하길래 직접 비교시음을 해 봤는데 귀가 얇아서 그런지 실제로 구형 10년이 맛있게 느껴졌다. 구형이 절판되어서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약간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라산타부터 넥타도르, 퀸타루반으로 이어지는 세 병의 술은 Extra Matured라고 해서 약간 특이한 숙성과정을 거친다. 원래의 글렌모렌지 10년의 원액은 버번 위스키를 숙성시킨 오크통에서 10년 동안 숙성의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라산타는 10년 이 지난 다음, 2년 동안 쉐리 와인을 숙성시킨 오크통에서 추가 숙성을 시킨다. 넥타도르의 경우는 2년 동안 소테른 와인을 숙성시킨 오크 통에, 퀸타루반의 경우는 포트 와인을 숙성시킨 오크통에 숙성을 시킨 녀석이다.

 글렌모렌지 라산타 : 라산타는 '열정'을 뜻한다고 한다. 일단 이 녀석은 잔에 담기만 했는데도 향이 코를 찌를 정도로 강력하다. 도수도 46도로 다른 술들보다 조금 강하다. 입 안에 있을 때는 엄청나게 강렬한 맛이었는데, 목구멍으로 넘기니 상당히 부드럽고 쉐리의 맛도 은은히 느껴진다. 이 강렬한 맛은 아마 다른 위스키에서는 느끼기 힘들 것이다. 그 개성이 잘 살아있는 매력적인 녀석이다. 10년과 마찬가지로 사길 잘 했다고 생각하는 술이다. 같이 마신 후배도 정말로 마음에 드는 술이라고 극찬을 했다. 단, 이 강한 맛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거나 빈 속에 먹으면 마시기 힘들 정도로 강력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글렌모렌지 넥타도르 : 마셨을 때 위스키치고는 꽤나 부드럽고 달다, 라는 느낌이 바로 들었다. 이 술을 소개해 준 분이 '달아서 도수가 안 느껴질 정도니까 작업주로 쓰면 좋다'라고 했는데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도수를 어느정도 잊게 해 줄 정도는 된다. (게다가 달다고는 해봐야 위스키치고는.. 이다. 어느 여자가 위스키를 나랑 마시겠어-_-;;) 하여간 마시기는 편하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도 넥타도르만의 고유한 개성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한 자극이 있는 술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라산타가 약간 더 나았다. 분명 가격은 넥타도르가 더 비싼데 말이지. 

 글렌모렌지 퀸타루반 : 이 글을 쓰면서 맛을 소개하는 내 어휘가 매우 빈약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녀석도 부드럽고 달다. 넥타도르와의 차이점이라면.. 넥타도르는 느끼함, 퀸타루반은 담백함이라고 해야할까? 퀸타루반은 매우 가볍게 느껴지는 위스키였다. 그리고 두드러지는 점은 그 빛깔! 퀸타루반은 윗 사진에서는 알기 힘들지만 다른 위스키와는 색이 꽤나 차이난다. 라산타도 색이 약간 달라보이지만 그래도 위스키구나. .싶은 색인데 퀸타루반은 상당히 연한 색이다. 꽤나 맛있는 편이지만 역시 맛이 강렬하진 않다.

 글렌모렌지 시그넷 : 이 녀석은 병 디자인만 봐도 포스가 풍긴다. 혼자만 확 튀는 디자인! 일단 뚜껑의 모양을 봐도 알겠지만 무게가 다른 녀석들보다 훨씬 무겁다. 가격은 밑에 있는 녀석들의 두 배를 가볍게 넘어간다. 현재 라쿠텐에 24000엔에 올라와있다. 시그넷은 위스키의 원료인 몰트 중 20%가 초콜렛의 맛이 배인 로스팅 몰트로 이루어져있다고 한다. 덕분에 시그넷은 다크초콜렛 맛이 나는, 글렌모렌지의 실험작(?)인 위스키다. 그래서 매우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마셔본 결과 초콜렛이라고 달지만은 않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하여간 마셨을 때 매우 복잡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초콜렛의 맛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여러가지 맛도 느껴졌다. 이 맛은 시그넷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개성이다. 처음 마셨을 때는 약간 애매했지만 자꾸 마시다보니 점점 맛있게 느껴지고, 결국 반해버리고야 말았다. 정말 멋지고 개성적인 술이지만, 가격을 생각해봤을 때는 좀 부담이 되는 녀석이다.

 서민의 관점에서는 아무래도 가격 대 성능비가 좋은 글렌모렌지 10년(혹은 신형 오리지날)이나 라산타를 추천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그넷도 좋지만 다음에 돈이 있다면 개성이 풍부한 다른 술들을 먹어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실 때 주의할 점이 있는데, 라산타를 먹고 다른 술을 먹으면 그 강렬한 맛 때문에 다른 술들의 맛이 확 죽어버리는 일이 생긴다. 처음 내가 써놓은 리뷰는 라산타 찬양에, 10년을 제외한 다른 세 술을 매우 비하하는 글이었는데, 각각을 따로 다시 마셔보니까 꽤나 좋았던 기억이 있다. 아이스와인을 먹고 다른 와인을 먹으면 너무나 씁쓸하게 느껴지는 현상과 비슷하다.

 다섯 가지의 글렌모렌지 리뷰를 했지만 아직 마셔보지 못한 글렌모렌지는 너무 많다. 15년, 18년, 25년, 30년(가격이..)이라던가 글렌모렌지 아스타, 글렌모렌지 마고 캐스크(5대 샤토라고 불리는 와인인 샤토 마고를 숙성시킨 캐스크에 글렌모렌지를 숙성시킨 녀석, 청담동 커피바K에 한 잔에 8만원에 마실 수 있다고 하는데.. 나랑은 인연이 없을 듯-_-), 글렌모렌지 말라가 피니쉬나 여러 빈티지 등 마셔보지 못한 글렌모렌지는 아무래도 돈이 좀 생겨야 맛을 보지 않을까^^;; 그나마 글렌모렌지 15년이 생길 지도 모르는데 마시게 된다면 이 녀석이나 리뷰를 좀 해봐야 할 거 같다.

by Laprand | 2009/07/06 23:15 | Drink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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